[춘천시 사회적경제기업] ① (재)춘천인형극제·협동조합판 아시아 최대 규모 자랑 ‘춘천인형극제’ 인형극 매개 친환경·참여형 행사 구성 시민주도 축제 가치 국내외 전파 앞장 전 직원 경영 참여 노동자 협동조합 ‘판’ 지역사회 협업·환경 친화적 운영 방식 경기 활성화·청년 일자리 창출 기여
넓은 면적, 적은 인구. 강원도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여있다. 지역 골목의 숨통을 트여놓는 풀뿌리경제도 시들어가고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의 한복판에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가치를 경제가치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창업을 돕고 이들 기업이 사업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의 활동, 서비스를 분석해 화폐 가치로 나타내는 작업이다. 센터를 통해 꽃을 피우고 있는 지역내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조명해본다.
■ 시민 주도형 축제, 춘천인형극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춘천시 팔호광장 오거리는 1년에 딱 한 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인형 탈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이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연인들은 추억을 남기는 데 분주하다. 1989년 첫발을 떼 올해 36회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의 한 장면이다.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탄생한 춘천인형극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 인형극제로 자리매김했다.” 오도웅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축제지원팀장의 평가다. 그는 인형극의 매력을 “간접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오 팀장은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는 연극과 달리 인형극은 인형을 매개로 좀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 관객과 격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를 축제 퍼레이드에 참여시키거나, 메인 인형극 무대에 올린다. 매년 4~5월 두달 간 개최하는 문화예술 상설공연 축제는 시민이 주도할 수 있도록 특히 신경 쓴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과 함께 재단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올해 상설공연 주제는 ‘코코바우 놀이터 모여라 지구방위대2’였다. 재단 마스코트인 “‘코코바우’ 놀이터의 높아진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어린이들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지구방위대” 활동을 했다. 다 쓴 페트병과 천으로 가방·저금통을 만들고 재활용품으로 집을 꾸미거나 낚시를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손에 지구방위대 배지를 쥔다. 나날이 악화하는 기후 현실을 놀이를 통해 쉽게 느낀다.
재단의 축제 운영 방식은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와 맥을 같이한다. ESG는 기업에 사회·환경적 기여를 요구하는 기업성과지표다. 오 팀장은 “축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날씨가 정말 중요한데, 매년 기후가 점점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변하고 있다. 자연스레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야외에서 열리는 춘천인형극제를 잇기 위해선 환경(E)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읽힌다.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프로그램 방식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S)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재단의 시선은 올해 춘천인형극제와 내년 유니마총회로 향해있다. 문화올림픽이라 불리는 유니마 총회는 유네스코산하 세계 인형극 연맹인 유니마가 4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한다. 2025년 유니마총회는 춘천에서 열린다. 민 팀장은 “축제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려면 시민들이 중요하다. 시민이 참여하고 더 나아가 축제를 직접 주도해야 한다”며 “춘천인형극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 춘천시 청년 정주 롤모델 ‘협동조합판’
“축제를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지만 춘천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춘천을 떠나야 하나 고민하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판은 올해로 설립 9년을 맞은 문화기획사다. 대학 졸업 후 극단에 몸담았던 오석조 협동조합판 대표가 축제와 공연을 만드는 일이 좋아 2016년 꾸렸다. 지자체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예술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목표였다. 5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12명이 일한다.
협동조합판은 직원이 스스로 직장을 꾸리고 함께 경영·소유하는 노동자 협동조합이다. 조직 목적 자체가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향하는 ESG 경영과 닿아있다. 일례로 모든 의사 결정을 직원과 함께한다. 매달 직원 총회를 열고 경영 현황을 공유한다. 총회에 올라온 건의사항, 경영 안건은 ‘경영혁신위원회’ ‘제로베이스 TF’ 등에 올려 해결·추진한다. 오석조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경영진 몇몇이 아닌 전 직원이 함께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는 협동조합을 꾸린 이유”라고 했다. 자연스레 직원 근속연도도 높다. 오 대표와 함께 조합을 설립한 원년 직원들은 모두 남아 있고, 신입 직원들은 2년을 넘겼다.
협동조합판은 축제·공연 등 문화 행사를 만들 때 지역 사회와 협업을 중시한다. 올해 2024 문화도시 박람회를 총괄 운영하면서 도내 12개 기업과 손을 잡았다. 단기 인력·전문인력 100여명과 도내 중소기업들이 박람회 현장을 꾸몄다. 전체 사업비 3억원의 60%가 이들 도내 업체에 흘렀다.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난해 협동조합판의 경영 활동을 ESG 지표에 기반해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판은 지난해 도내 사회적기업 10곳과 4863만원의 지역 소득을 창출했다. 29개 지역 문화예술기업과는 5025만원의 매출·가처분 소득을 이뤄냈다. 환경도 중시한다. 판은 모든 문화 행사에서 친환경 행사용품과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3년간 줄인 플라스틱 규모는 2만 1506t이다. 판은 축제 사업비의 15%를 친환경 축제 운영에 쓴다. 조합의 최종 목표는 춘천시 청년 일자리의 롤모델로 남는 것이다. 오 대표는 “조그만 한 땅에서 서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분명 튕겨 나오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지역에서 청년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하나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덕형 duckbro@kado.net
[춘천시 사회적경제기업] ① (재)춘천인형극제·협동조합판
아시아 최대 규모 자랑 ‘춘천인형극제’
인형극 매개 친환경·참여형 행사 구성
시민주도 축제 가치 국내외 전파 앞장
전 직원 경영 참여 노동자 협동조합 ‘판’
지역사회 협업·환경 친화적 운영 방식
경기 활성화·청년 일자리 창출 기여
넓은 면적, 적은 인구. 강원도는 인구소멸위기에 놓여있다. 지역 골목의 숨통을 트여놓는 풀뿌리경제도 시들어가고 있다. 침체된 지역경제의 한복판에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이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사회적가치를 경제가치로 환산하기는 쉽지 않다.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는 사회적경제기업의 창업을 돕고 이들 기업이 사업 모델을 찾을 수 있도록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사회적경제기업의 활동, 서비스를 분석해 화폐 가치로 나타내는 작업이다. 센터를 통해 꽃을 피우고 있는 지역내 사회적경제기업들을 조명해본다.
■ 시민 주도형 축제, 춘천인형극제
차들이 쌩쌩 달리는 춘천시 팔호광장 오거리는 1년에 딱 한 번,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인형 탈을 쓰고 퍼레이드를 벌이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부모의 손을 잡은 어린이들은 발걸음을 재촉하고, 연인들은 추억을 남기는 데 분주하다. 1989년 첫발을 떼 올해 36회째를 맞는 춘천인형극제의 한 장면이다. “지자체나 국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탄생한 춘천인형극제는 아시아 최대 규모 인형극제로 자리매김했다.” 오도웅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 축제지원팀장의 평가다. 그는 인형극의 매력을 “간접적인 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는다. 오 팀장은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는 연극과 달리 인형극은 인형을 매개로 좀 더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무대를 꾸미는 이들이 관객과 격없이 소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재단법인 춘천인형극제는 교육 프로그램 참가자를 축제 퍼레이드에 참여시키거나, 메인 인형극 무대에 올린다. 매년 4~5월 두달 간 개최하는 문화예술 상설공연 축제는 시민이 주도할 수 있도록 특히 신경 쓴다. 공연장을 찾은 이들이 공연을 즐기는 것과 함께 재단이 기획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이끈다. 올해 상설공연 주제는 ‘코코바우 놀이터 모여라 지구방위대2’였다. 재단 마스코트인 “‘코코바우’ 놀이터의 높아진 온도”를 낮추기 위해 어린이들이 각종 프로그램에서 “지구방위대” 활동을 했다. 다 쓴 페트병과 천으로 가방·저금통을 만들고 재활용품으로 집을 꾸미거나 낚시를 하다보면 어느새 아이들은 손에 지구방위대 배지를 쥔다. 나날이 악화하는 기후 현실을 놀이를 통해 쉽게 느낀다.
재단의 축제 운영 방식은 ESG(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와 맥을 같이한다. ESG는 기업에 사회·환경적 기여를 요구하는 기업성과지표다. 오 팀장은 “축제를 기획하는 입장에서 날씨가 정말 중요한데, 매년 기후가 점점 예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단기간에 변하고 있다. 자연스레 기후 위기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했다. 야외에서 열리는 춘천인형극제를 잇기 위해선 환경(E)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로 읽힌다.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프로그램 방식은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시민과 소통을 강조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S)과도 연결되는 대목이다.
재단의 시선은 올해 춘천인형극제와 내년 유니마총회로 향해있다. 문화올림픽이라 불리는 유니마 총회는 유네스코산하 세계 인형극 연맹인 유니마가 4년마다 대륙을 순회하며 개최한다. 2025년 유니마총회는 춘천에서 열린다. 민 팀장은 “축제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되려면 시민들이 중요하다. 시민이 참여하고 더 나아가 축제를 직접 주도해야 한다”며 “춘천인형극제가 지향하는 가치를 국내외에 알릴 계획”이라고 했다.
■ 춘천시 청년 정주 롤모델 ‘협동조합판’
“축제를 만드는 게 너무 재밌었지만 춘천에 마땅한 일자리가 없었다. 춘천을 떠나야 하나 고민하다 일할 수 있는 직장을 직접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협동조합판은 올해로 설립 9년을 맞은 문화기획사다. 대학 졸업 후 극단에 몸담았던 오석조 협동조합판 대표가 축제와 공연을 만드는 일이 좋아 2016년 꾸렸다. 지자체와 기업이 제공하지 못하는 문화예술계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보자는 목표였다. 5명에서 시작해 현재는 12명이 일한다.
협동조합판은 직원이 스스로 직장을 꾸리고 함께 경영·소유하는 노동자 협동조합이다. 조직 목적 자체가 기업의 투명한 지배구조를 지향하는 ESG 경영과 닿아있다. 일례로 모든 의사 결정을 직원과 함께한다. 매달 직원 총회를 열고 경영 현황을 공유한다. 총회에 올라온 건의사항, 경영 안건은 ‘경영혁신위원회’ ‘제로베이스 TF’ 등에 올려 해결·추진한다. 오석조 대표는 “문화예술 분야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는 게 중요하다. 경영진 몇몇이 아닌 전 직원이 함께 얘기하며 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꾸려나가는 협동조합을 꾸린 이유”라고 했다. 자연스레 직원 근속연도도 높다. 오 대표와 함께 조합을 설립한 원년 직원들은 모두 남아 있고, 신입 직원들은 2년을 넘겼다.
협동조합판은 축제·공연 등 문화 행사를 만들 때 지역 사회와 협업을 중시한다. 올해 2024 문화도시 박람회를 총괄 운영하면서 도내 12개 기업과 손을 잡았다. 단기 인력·전문인력 100여명과 도내 중소기업들이 박람회 현장을 꾸몄다. 전체 사업비 3억원의 60%가 이들 도내 업체에 흘렀다.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지난해 협동조합판의 경영 활동을 ESG 지표에 기반해 평가한 보고서를 보면 판은 지난해 도내 사회적기업 10곳과 4863만원의 지역 소득을 창출했다. 29개 지역 문화예술기업과는 5025만원의 매출·가처분 소득을 이뤄냈다. 환경도 중시한다. 판은 모든 문화 행사에서 친환경 행사용품과 다회용기를 사용한다. 3년간 줄인 플라스틱 규모는 2만 1506t이다. 판은 축제 사업비의 15%를 친환경 축제 운영에 쓴다. 조합의 최종 목표는 춘천시 청년 일자리의 롤모델로 남는 것이다. 오 대표는 “조그만 한 땅에서 서울에 사람들이 몰리고 있지만 분명 튕겨 나오는 사람이 존재한다”며 “지역에서 청년이 스스로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하나의 모델이 되고 싶다”고 했다. 김덕형 duckbro@kado.net
공동기획: 춘천시사회적경제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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